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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서답과 사실부정으로 점철된 MBC 100분 토론

2007/10/12 12:36, 글쓴이 카카달려
1. 의외로 청문회 분위기가 되어버린 100분 토론

 100분 토론이 시작하기 전에는 패널선정에 대해서 누리꾼들의 말이 많았다. 3명의 패널 모두가 한나라당을 알게모르게 지지해왔거나, 그간 발표해온 성명이나 논평들을 볼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인상이 짙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 감싸기 토론이 될 우려가 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3명의 패널들은 물론 인터넷 질문과 시민논객들은 시종일관 독특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로 이명박 후보를 2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괴롭혔다. 도곡동 땅 문제, 여성비하나 장애인 비하 등의 숱하게 터진 발언 논란, BBK, 대운하 실효성, 747 정책 민감한 사안에 대해 거침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수포로 돌아간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표현까지 들먹이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운운하는 등 질문의 강도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무척 강했던 인상이었다.

 정중한 자세로 토론에 임해야 할 대선후보가 진행자가 토론주제를 설명하거나 아나운서가 인터넷 질문을 전해주는 도중에도 큰 소리로 헛기침을 하거나 코는 풀고, 패널이 질문을 하는 도중에 실소를 흘리는 등 실로 한나라의 대통령이 비젼을 검증받는 자리에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가벼운" 태도로 일관해 걱정이 앞섰다.

2. 동문서답과 대답회피, 사실부인의 3중주

 어제 100분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유난히도 질문에 포함된 "사실"자체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부운하에 대한 토론에서는 방금 경부운하에 대해 철회하는 듯한 인상을 실컷 비춰놓고는 실제로 관련된 질문을 하자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는데..."식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대운하가 없는 나라가 훨씬 없다"라는 패널의 주장에 대해 독일, 네덜란드, 파리의 세느강 등을 거론했지만, 네덜란드는 원래부터 국토 자체가 물의 높이보다 낮은 나라여서 비교자체가 어불성설인데다가, 파리의 세느강을 운하라고 한다면 서울의 한강도 운하이지 않는가?

"대운하가 가져올 환경적 개선효과"에 대해 질문하는 패널에게는 "신문, 인터넷에 나온 단편적인 기사만 보고 질문하시는 것 같다" 라고 질책아닌 질책(?)을 하기도 했다. 질문 자체에 대한 답변도, 질문의 요지는 운하의 순기능에 대한 말이 자꾸 바뀌는 것에 대한 것이었는데, 뜬금없이 물부족 국가를 운운하면서 운하가 좋다라고 강변하더니, 그럼 이번엔 운하가 가져올 순기능이 물부족 해소냐고 질문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노조 탄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패널이 발간된 책자의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는데도 "자세히 읽어보셨으면 그런 말을 안했을텐데..."라고 하거나, 기자들에게 투기정보를 흘렸다는 질문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과거 재산증액신고나 도곡동 땅과 관련된 의혹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과거에 변명으로 일관하던 자세에서 반전해 "나는 재산과 관련된 의혹이 없다"라는 식의 근거없는 단정을 하는 등, 토론 전반에 걸쳐 "사실"에 바탕을 두고 날아든 질문에 대해 "사실"자체를 부정함으로서 답변을 회피하는 인상을 짙게 비췄다.

 이러한 "사실부인"은 운하로 인한 땅값 상승에 대한 시민논객의 질문때 절정에 달했다. 실제로 고향인 문경에서 땅값이 들썩이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왔다는 시민논객의 주장을 아무런 근거없이 무턱대고 부정하는 이명박 후보의 모습에서 난 "무서움"을 느꼈다.
 
 자신은 숱한 위법행위를 저질러 왔으면서도 중시한다는 준법정신을 힘없는 일반시민과 근로자들에게만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상관없는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질문 취지에 안맞는다는 "경쟁" 이야기를 보면, 앞에 "법을 어긴 사람에 대해"만 붙여주면 그런대로 훌륭한(?) 답변이 된다. 한마디로 이명박 후보는 논객의 질문 그대로를 "긍정"해버린 셈이 된다. 자신이 과거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인정하나, 자신은 경쟁력이 있고 능력이 있으니 사소한 문제는 묻어두고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약한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대로 봐주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발언을 한 셈이라는 얘기다. 본인이 의도한 답변인지, 심중의 생각이 무심결에 흘러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의도를 뒷받침하는 것이 UCC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재벌총수에 대한 잇단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경제"를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아니겠느냐는 답변을 했다. 이는 실제로 죄를 지었더라도 하더라도 당사자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인 만큼 그것을 고려해 처벌의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셈이 되어 "유전무죄"라는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역사깊고도 단순한 고사성어가 진리임을 재확인시켜준 것과 다름없게 되었다.

 교육정책과 관련된 시민논객의 질문에 대해서도 동문서답을 했다. 질문은 "대학의 서열화가 사교육의 근본적인 원인인 현 시점에서 대학입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관문인 자율형 사립고를 늘리는 것은 대입경쟁을 고입경쟁으로 끌어내린다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라는 것이었는데, 뜬금없이 등급제를 운운하는 등 질문에 취지에 맞지 않는 답변을 일관해, 급기야는 패널이 답변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식의 재질문을 하는 굴욕(?)을 당했다.

 새로 발행되는 10만원권 발행과 관련된 인터넷 질문에서는 여성단체에서 신사임당의 화폐모델 선정과 관련해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를 "한 가족에서 2명이 나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겠냐(율곡 이이와 모자지간)"라며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다못한 여성패널이었던 김신명숙씨가 다른 질문을 하기 전 "신사임당의 현모양처 이미지가 오늘날의 현대여성상과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 이라고 가르쳐주기까지 하는 등 이명박 후보에게는 굴욕의 연속이었다. "하신 말씀도 맞는 것이긴 한데..."라는 식으로 운을 뗀 것만으로도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듯한 인상으로 비쳤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시겠다는 분이 사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액권 발행과 같은 문제에 이리도 무관심할 줄이야...

3. 아쉬운 점 / 후기

 어제 토론에서도 북핵 문제 & 남북정상회담이나 경부운하와 같은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많이 나왔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스치고 지나가거나 아예 다루지 않은 문제들도 있어 다소 아쉬웠다. BBK & 김경준과 관련된 의혹에서는 김경준씨의 귀국사실 자체에 대해서만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가 문제의 핵심에 대한 논쟁이 아쉬웠고, 서울 AIG 본사유치과 관련된 의혹이라든지 최근 문제가 된 한 교회 목사의 지지발언과 관련된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아 아쉬웠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아직 경선이 끝나지 않은 통합신당의 대선후보가 결정이 되면 다른 당의 후보들도 차례로 100분 토론을 할 것 같고, 대선을 앞두고 아마 몇차례 TV토론회가 열릴 것이다. 아마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 뿐만 아니라, 누구나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그 사람이 한 나라의 얼굴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덕목이라는 단어만으로는 그 무게를 다 표현할 수 없는 경지일 것이다. 자신의 공약,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신뢰를 줘야 한다. 하지만 100분 토론에서 보여준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모습들은 답변을 회피하고, 사실을 부정하고,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동문서답하는 등 실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2007/10/12 12:36 2007/10/1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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