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s Sketchbook

검색 :
RSS 구독 : 글 / 댓글 / 트랙백 / 글+트랙백

위대한 호태왕이 판타지 주인공으로 전락? 【태왕사신기】

2007/09/12 02:15, 글쓴이 카카달려
"광개토대왕"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개척하셨던 위대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4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제작비, 배용준 문소리 등 쟁쟁한 배우의 캐스팅,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화려한 CG로 치장한 태왕사신기(太王四神期)는 이 광개토대왕, 즉 호태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우려도 큰 탓일까? 내멋대로 태왕사신기를 "까"보았다.

"사랑"에 눈먼 호태왕?

애초에 알려진 기획의도는 물론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획의도를 굳이 보이지 않더라도 호태왕의 일대기를 배경으로 그려진 드라마라면 내용은 당연지사다. 나약한 인간이 위대한 호태왕이 되어가는 과정에서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의지, 한민족의 기상을 드높였던 기상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 김종학 PD가 스페셜 방송에서도 밝힌 의견도 이러한 이야기들과 궤를 같이 했더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태왕사신기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획의도

하.지.만.

스페셜과 1화 방영분을 본 감상을 말하자면, 이건 호태왕의 업적을 보여주는 역사드라마가 아니다. 주작의 힘을 나눠가진 두 여인과의 사랑 싸움에 급급한 호태왕이 보이는, 역사드라마라는 탈을 쓴 흔해빠진 사랑 드라마일 뿐이다. 애초부터 단군신화를 호태왕과 연관시킨 과정부터 다소 억지스러웠던 데다가, 주작의 힘을 나눠가진, 서로를 언니와 동생이라 부르는 자매지간인, 훗날 호태왕이 되는 담덕을 함께 사랑하는 두 여인을 대치시키고 가운데 호태왕을 억지로 끼워넣음으로서 상당히 작위적인 구성을 가지게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 뻔한 사랑이야기가 주가 되는 드라마가 되어 버린 것. 적어도 이미지는 그렇게 굳어져 버린 듯 하다. 호태왕의 기개와 기상을 앞으로 어떻게 그려나갈지, 김종학 PD의 호언장담이 어떤 식으로 빛을 발하게 될지가 한층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역사드라마냐 실사를 빙자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냐?

400억원이 넘는 제작비. 안봐도 척이라고 이 중 대부분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개런티와 CG 제작에 들어갔을 게다. 태왕사신기가 가장 자신있게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했다는 CG(컴퓨터 그래픽) 그 자체, 그리고 이렇게 뛰어난 CG를 국내 드라마 사상 최고의 규모로 브라운관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최근 영화 디워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고, 비슷한 효과에 대한 바램이 노림수였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가 되는 법.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까지 혹평을 할 필요는 없을지라도, 무리하게 사신과 호태왕을 억지로 연결시키려 하다보니 무리하게 CG를 집중시킨 느낌이 강하다. 다시 말해 사신과 호태왕 사이의 빈약한 연결고리를 화려한 CG로 땜질해버린 느낌. 어찌보면 신성시되어도 모자랄 우리의 역사의 시작은 널리고 널린 판타지(?)였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일부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태왕사신기를 MMORPG에 접목(?)시키고 있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이라면 이렇듯 화려한 CG를 고작 사신의 등장과 환웅의 AT필드(?)에만 써먹을 요량이었는지, 앞으로 드라마를 진행함에 있어 화려한 영상미를 일조하는데 어떻게 접목시킬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캐스팅마저?

태왕사신기의 주요 인물은 3명이다. 환웅과 그의 피를 이은(?) 담덕, 즉 호태왕 역의 배용준. 호족의 가진의 피를 이은 주작의 힘을 지닌 기하 역의 문소리. 웅족의 새오의 피를 이은 수지니역의 이지아. 그 외 담덕과 라이벌 관계인 연호개라든가 주작을 제외한 사신의 현신들이 존재한다.

물론 나름의 안목과 기준을 가지고 배역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연기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태왕사신기의 캐스팅에는 역시 수긍보다는 의문이 먼저다.

우선 주인공 배용준. "겨울연가"의 후풍(後風)이 너무 강해서였을까, 아직도 강하고 굳셈보다는 부드러움이 어울리는 인상이다. 넓은 대륙을 호령하고 광활한 영토를 개척했던 호태왕의 기상과 기개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하겠다. 선이 굵고 강인한 인상의 주인공을 기대했건만 스페셜과 1화에서 보여준 배용준의 모습은 '부드러운 조각미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앞으로 수없이 보여주게 될 전투신(scene)에서의 강인한 모습을 기대해볼 수 밖에.

연기파 배우 문소리. 극 중에서는 전생에 환웅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질투심에 자기자신마저 태우는 여인이었으나, 환생해서는 담덕과 서로 사랑하는 기화역으로 출연했다. 근데...웬지 연인이라는 느낌보다는 후덕(?)한 누나랄까, 조금 과장하면 자애로운 어머니(!)로까지 비칠만한 이미지다(절대로 문소리라는 배우에게 개인적으로 악감정은 없다). 동생역으로 나오는 이지아와의 연배차이(?)도 그러한 점을 부각시키는 요소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극중 환웅과 새오역의 배용준과 이지아

개인적으로 수니지역의 이지아의 캐스팅에는 대~찬성이다. 일단 이쁘니까 -_-;; 환웅의 사랑을 받는, 환웅의 아이를 잉태하는 순수한 여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면 신인인데다가 청순한 이미지의 이지아가 결과적으론 적격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러한 호의적인(?) 이미지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ㅠ.ㅠ(난 여자의 미모에 약하다). 다만 앞으로 펼쳐질 언니인 기화와의 담덕을 두고 펼쳐질 사랑싸움, 신경전에서 보여줘야 할 미묘한 감정연기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백제는 어디로?

지금 인터넷 한켠에서는 태왕사신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더러운 일본 자금을 받아쓰느라 백제 역사를 지워버린 역사 왜곡 앞잡이 드라마"

진위여부를 밝힐수도 없는 사안이거니와 제작진 측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제작과정에서 일본 자금이 제작비에 일부 포함된 것도 사실이고, 노골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제주도에 지어진 대규모 세트에도 백제의 세트장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앞으로 극중에서 고구려를 제외한 신라와 백제와 관련된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고구려 역사를 이야기함에 있어 신라와 백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마치 중국의 삼국지를 이야기 함에 있어 조조와 유비, 위나라와 촉나라를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혹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것이 일본의 임나설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백제의 역사를 서술하다 보면, 응신왕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면 일본이 극구 주장하고 있는 임나일본설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다는 것이다. 실컷 돈들여 찍어놨더니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게 되는 셈이란 얘기. 솔직히 명확한 근거도 없고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태왕사신기가 실로 400억짜리 매국노 드라마가 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도 나는 본다.

쓰고보니 어째 노골적으로 태왕사신기를 까댈 작정을 하고 쓴것 같이 되었버렸다. 아직 스페셜과 1편이 방송되었을 뿐이고, 앞으로 극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 지는 알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봤을 때 위와 같은 일들이 심히 우려된다. 어쩌면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극도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MBC의 조급함과 김종학 감독의 조급함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비극아닌 비극이 될까 걱정이 될 뿐. 어쨋든 다음주에도 난 태왕사신기를 보고 있을 것이다 -_-;;
2007/09/12 02:15 2007/09/12 02:15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