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마다 신문을 꼬박꼬박 읽는다. 뭐 딱히 무언가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이제 친구들끼리 술자리를 가져도 옛날처럼 게임이나 여자얘기만 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얘기도 나오고 하여튼 나이가 들어가는 걸 느낄수록 신문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그냥 들더라.

그런데 오늘 아침 조선일보 사회면에 "예뻐지는 병사들"이라는 기사를 읽고 나서 참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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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난 전역한지 이제 한달하고도 보름 정도 됐다. 그래도 나름 연천 소재의 최전방부대(안좋은 쪽으로 유명한 바로 그 부대)에서 근무했고,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하듯" 나름대로 빡세게 군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이섀도우나 가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일병이었던 시절에도 내 선임들은 세면백 대신 플라스틱 세면바구니에 세안제에 바디클렌져는 기본이고, 피지제거나 모공수축과 같은 기능성 세안제를 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몸짱 열풍은 군대라고 예외없었다. 일과시간만 끝나면 개인정비시간에 체육실에서 운동에 매진하는 전우들을 보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틴"이라고 불리는 단백질 보조제품인지 근육 강화제인지 하는 가루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하루 2~3번씩 꼬박꼬박 챙겨먹는 사람들도 많았고, 하루종일 작업과 햇볕에 노출되는 손과 하루종일 신고있는 통풍도 끝내주게 안되는 전투화에 시달리는 발을 위해 핸드크림, 자외선 차단제, 풋크림을 쓰는 사람도 많았다. 아이섀도우까진 아니더라도 위장/제거가 간편한 소위 간부용 위장크림(하얀색)을 일반 위장크림팩(검정, 갈색, 녹색) 대신 사용하는 병사도 많았다. (덧붙이자면 요즘은 상호존중과 배려의 선진 병영문화라고 해서 병장부터 이등병까지 동등한 생활을 보장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는 못하지만 이등병도 누워서 TV본다면 예비역들은 대충 이해가 갈 듯. 이등별이란 말이 어제오늘은 아니지 않나)

이러한 신세대 장병의 모습이 무조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다. 신세대긴 해도 군대라는 곳이 워낙 특수한 성격의 대규모 조직이고, 나라를 지키는 곳이 아닌가. "전투력 감퇴를 방지하기 위해 결식을 금지한다"라는 식의 굳이 옛날식 군대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예비역들의 눈에 갈수록 "탈(脫)"군대화 되어가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일리는 없다(사실 가발은 내가 보기에도 좀 싶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랑스럽게 짧게 머리를 깎은 남자친구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여자친구라면 내쪽에서 사양이다). 물론 이러한 시류가 장병들의 임무수행 능력에 지장이 된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만, 그러한 면에 대해서는 기사내용에도 없고 확인하기도 애매한 내용이므로 패스.

"단체생활의 규율, 강제적인 억압"이라는 군대생활의 특성속에서 배울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맞다. 그건 개개인이 어떤 덕목을 더 우선순위로 놓느냐에 문제이지만, 내가 보기에 내가 군대에서 해온 짓이 그랬고, 생각에도 군대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문제는 기사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게 될까바 걱정이다. 제목에 써놓은 것과 같이 "자의든 타의든 나를 지키기 위해 아까운 2년이란 시간을 투자해 입대한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병영생활 체험캠프에 입소한 인간들처럼 보일까봐"하는 걱정이다. 매체가 조선일보여서인지, 기사를 쓴 기자가 여기자 2명이어서인지, "군삼녀"라든가 "군필자에 대한 우대혜택 부여에 대한 논란"과 같은 것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걱정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자이툰 수송기 남자 승무원 같다


아예 그림도 그렇게 그려놨다. 누가 저걸 보고 군인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머리에는 가발, 모자는 군모도 아니고 활동모도 아니고 베레모도 아닌것이 어디 양궁 선수들이나 쓰는 벙거지를 씌워놓고는 거기다가 꽃까지 꽂아놨다. 손에는 세면바구니 들고, 목에는 무슨 자이툰가는 아시아나 여객기 스튜어디스 마냥 스카프를 두르고, 손에는 아예 파우더까지 들고 거울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다.

누가 이 기사를 보고, 이 그림을 보고, "군대도 신세대 장병에 맞춰가고 있다"라고 생각하나? 10이면 8~9은 "이 미친 군바리 쉐끼들 X랄하고 있구만. 당나라 군대 쉐끼들. 나라 지키라고 보내놨더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성급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생각이 든다.

기자들도 그러한 점을 우려했는지 기사 마지막에는 한 간부의 코멘트를 달아놨다.

육군 모사단의 한 영관급 장교는 “이런 현상은 군인뿐 아니라 전체 젊은 남성들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대대장 시절 신세대 장병들의 이런 변화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행군을 나서기 전 피부가 약한 병사들에겐 자외선 차단 로션을 직접 사서 발라주기도 했다”며 “그 뒤 병사들이 훈련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대대장을 역임한 영관급이니까 중령아니면 대령인데, 인터뷰하기 좀 만만한건 중령이었겠지. 앞에서 실컷 이미지 나쁜 쪽으로 몰아놓고 마지막에 이런 선심성 멘트 붙여놓으면 뭐하나?

군대 얘기만 나오면무턱대고  흥분하는 나긴 하지만 참... 이런 기사를 신문 사회면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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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웃기네 2007/10/22 23:45

    아주 꼴리는대로 지껄이세요. 글쓴이님.
    입대하는 장병들 10명을 붙잡고 물어보세요. 그분들은 다 가고싶어서 군대가요?
    속되게 말하면 끌려가는거지... 이런 나라 징병제인이상 저정도의 대우는 당연해.
    괜히 피해의식가지고 너희들도 내가 겪은 고생을 다 겪어야한다는듯이 말하지마
    알겠어?
    당신도 만약 지금 군입대하는 사람이라면 저정도의 대우에 노발대발하지 않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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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달려 2007/10/23 03:04

      당신 군대에 남자친구 보내놨어?
      내가 겪은 고생을 남들도 겪어봐야 한다는 표현은 어디서 줏어들었냐?
      난 기자를 깐거지 군바리를 깐게 아닌데 글을 읽어보긴 한거니?
      너나 꼴리는대로 지껄여. 홈피 주소 남겨봐 현피뜨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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