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당신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아냐?

2007/08/20 17:04
우선 말하자면 나도 박성화의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어이가 없었다. 아시안컵이 종료된 시점에서 다음 문제라 할 수 있는 올림픽 대표팀의 조속한 안정과 전력 구축을 위해서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보내든 자기가 나가든 어차피 아시안컵이 종료됨에 있어 감독이 바뀔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였지 않은가. 거기다가 한술 더떠서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도 보여주려는 듯 경험도 없는 유명 수비수 출신 코치를 감독에 선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서는 어마 뜨거 하고는 AFC 징계 핑계를 대고 철회하질 않나... 하여튼 언제나 그랬지만, 아니 어디든 그렇지만 축구협회는 칭찬받을 일을 한 적이 별로 없다는 것에는 나도 대공감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붉은 악마의 대표팀 경기 보이콧에는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우선 기사내용을 먼저 보자.

'K리그를 살리자는 것은 말뿐이었나?'.

국가대표 축구팀 서포터스 클럽인 붉은악마가 오는 22일 박성화 감독이 올림픽대표팀을 맡아 치르는 첫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붉은악마는 지난 18일 공지사항을 통해 22일 경기 서포팅 보이콧과 함께 대한축구협회를 강력 비판했다. 붉은악마는 "현재 한국 축구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국제대회에서의 반짝 성적이 아니라 국내리그 활성화를 통한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과 팬들에 대한 배려" 라며 "박성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 사령탑 선임은 국내리그 활성화에 대한 의지도 팬에 대한 배려도 없는 근시적인 행정" 이라고 말하며 비판했다.

붉은악마는 "박성화 감독은 부산 축구팬들의 감독이었다" 며 "부산은 축구가 고전하고 있는 도시인데 감독이 이렇게 허무하게 바뀐다면 부산의 축구팬들의 상실감이 클 것" 이라고 덧붙였다.

23세 이하 대표팀이 1부리그보다 더 중요시되는 것이 문제라고 밝힌 붉은악마는 대한축구협회에 ▲ 현 축구협회 기술위원의 전원사퇴 ▲ 박성화 감독의 공식 사과 ▲ 한국 축구의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제시를 요청했다.

오중권 붉은악마 대의원회의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축구협회의 이번 처사는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입으로는 항상 K리그 발전을 외치지만 행동이 전혀 따르지 않았다" 며 말했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많은 고민과 대의원들간의 토론을 통해 22일 경기 보이콧을 결정했다" 고 밝혔다.

오에스이엔 뉴스 펌

그리고 이것이 붉은 악마의 공지사항 전문이다.

공지사항 전문보기


언제나 이러한 류의 공(公)기관과 사(私)기관의 논의에서 사기관들이 하는 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어쩌라는 거냐? 현실적으로 볼 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공기관의 특성상 자체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이상 여론이라는 이름아래 펼쳐지는 네티즌의 공격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네티즌의 여론을 하나로 묶어 어느정도 무게감있는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는 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는 식의 이야기다.

이번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K리그의 발전과 한국 축구의 발전에 있어 대한축구협회의 졸속행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박성화 감독의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은 그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머리 싸매고 이불 뒤집어쓰고 존내 다굴 맞아야 하는 짓거리임은 분명하다. 세상 어느나라 대표팀 감독을 그따위로 날림행정으로 때려넣는단 말인가. 그것도 K리그 감독을 선임하면서 해단 구단 프런트와 제대로 상의하지도 않고, 기업 회장에게 일언반구 날리고는 그냥 데려가는 법이 어디있나? 이건 마치 친구 아버지가 나에게 "너네 아버지한테 얘기했으니 니 컴퓨터 내가 가져간다"라는 식의 논리와 다를 것이 뭐가 있나?

하지만 이건 아니다. 선수들은 죄가 없다. 박성화 감독도 따가운 시선으로 보면야 부산 아이콘스 코치진, 선수들, 수십만의 팬들을 배신하고 자신만을 위한 길을 선택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또 오히려 가장 축구팬들의 수준이 높아져 있는 지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숨막히게 부담되는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다. 어차피 축구협회가 박성화 감독 선임을 철회하지 않을 바에야(부산 프런트에서 박성화 감독을 다시 받아들일지 자체도 의문이려니와, 오히려 당장 눈앞에 닥친 올림픽은 그냥 포기하는 것과 진배없게 되기 때문) 이젠 박성화 감독과 그 선수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것이 도리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이 "이젠 어쩔수 없잖아. 그냥 눈감아 주고 응원하자" 라는 식의 자포자기식 말은 아니다. 축구협회의 졸속행정은 꾸준히~ 계속 되어야 한다고 물론 생각한다. 박성화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도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세상에 어느나라 국민들이 자국 대표팀 축구경기 응원을 거부한다는 말인가. 막말로 잘해보라고 뽑아놓은 대표협회 인간들이 일을 지랄같이 하니까 꼴받아서 응원 안하겠다, 우리들이 응원하게 만들려면 너네 다 때려치고 나가라는 식의 말과 다를바가 뭐가 있단 말인가. 공지사항 전문 중 이런 문구가있다.
문제의식을 팬 차원에서 어느 정도 표현하는 것이 향후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필요 하다고 판단
이게 무슨 말인가. 이미 지나간 박성화 문제는 눈감아 주겠다. 하지만 너네가 지금까지 해온 짓거리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이런거 아닌가.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핑계를 대고 붉은 악마가 오히려 한국 축구의 미래에 암흑의 빌미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한국 K리그의 발전,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사람들이 지난번 베어백 감독과 K리그 감독들의 선수 차출 문제 때는 어찌 그리 조용했단 말인가. 이번 한번은 넘어가고 다음번에 또 K리그 무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하고 벼르고 있었단 말인가? 승강제 문제를 둘러싼 졸속행정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관대했단 말인가?

붉은 악마는 의사결정기관이 아니다. 오버하지 말긴 바란다. 당연한 소리지만 비판은 당연한 것이다. 축구협회의 졸속행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 비판하고 공격하고 시정을 요구해야한다. 한국 선수들의 파이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응원하고 힘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첫째 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의 전원 사퇴!
둘째 박성화 감독의 공식 사과!
셋째 향후 한국축구의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 제시!
이게 그 방법인가? 감독은 17일만에 K리그 감독 부임한 사람을 앉혔다고 말많더니 이제 17일만에 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을 다 갈아치우자고? 이제 올림픽 준비, 평가전 준비, 선수 선발에도 힘이 부칠 감독에다 대고 공식 사과를 하고 마음 고생하게 만들라고? 마스터 플랜? 누가 하기 싫어서 안하나?

난 나름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 붉은 악마가 보여주고 있는 성명 발표와 요구사항은 내가 보기에 절대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이 사퇴 안하면 어쩔거냐? 계속 응원 안할려고? 아예 K리그도 가지 말지 그러냐? K리그 행정에는 축구협회가 간섭을 안하는 모양이지? 이건 아니다. 공생을 모색해야지, 공멸을 모색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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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구여운영 2007/08/20 18:05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엔 전문에도 나와있듯이 22일 경기에 한해서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후 행동은 논의중이라 나와있으니 협상측면에선 적당한선이라 생각하고요. 또, 붉은악마란 집단이 국민전체의 의견을 대신하는것도 아니고 예전보다 대표성도 많이 상실됐다는 느낌이 강한지라 보이콧자체보다는 이후 축협의 대응과 전개가 기대되는군요.

    결론은 좀 더 지켜봐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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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달려 2007/08/20 18:1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붉은 악마가 응원안한다고 해서 붉은 악마 전체가 응원을 하지 않을리 없고, 붉은 악마에 가입하지 않은 응원든들도 많으니 응원 자체가 그리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 너네끼리 놀아라라는 식의 논리도 말이 안되니까요. 하여튼 정말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됬으면 ^^

  2. foxer 2007/08/20 18:28

    우선 글 잘 읽었습니다. 붉은 악마에서 이런 성명발표를 한건 처음 알게됐네요:)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어차피 붉은악마라는 단체가 예전처럼 거대한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돈 먹으면서 존재하는 공무원집단도 아닌데 그들이 하는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카카님이 글 쓰신 것도 그렇고 제가 이런 댓글을 다는것처럼 개인적인 의견표현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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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달려 2007/08/20 18:38

      예 foxer님 말씀도 맞습니다. 붉은 악마가 월드컵때에 비해 상징적 의미가 많이 강해진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상징적 의미라는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일만큼 커질 수도 있는게 붉은 악마이기도 하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너네끼리 해먹어라는 식으로 무시할 수도 없으니까요.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진부한 진리가 결론이 되겠네요 허허.

  3. 마니 2007/08/20 18:36

    저도 foxer님 말씀대로 '붉은악마'가 축구동호회이긴하지만 규모가 커서 그렇지 이런 행동이 그렇게 비난받아야 할 만큼 잘못된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리그를 계속해서 전국민이 무시한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축구가 망하게 될 것 입니다, 말레이시아리그처럼말이죠.. 누구보다 축구를 위해 사는 붉은악마조차도 이런일에 눈감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런 행동들은 당연한것이 아닐까요? 대한민국의 유일한 1부리그 K리그를 앞으로 자녀들은 물론 손자 손녀에게까지 건강하게 대물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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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달려 2007/08/20 18:42

      마니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전국민이 K리그를 무시한다는 것은 약간 비약인 것 같습니다. 붉은 악마를 비롯한, 물론 저를 포함한 많은 축구팬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현재의 한국 축구 흐름이 K리그보다는 A매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2002 월드컵 이후 많이 좋아졌고, 계속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러한 붉은 악마의 보이콧이 전적으로 잘못이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하나, 이러한 종류의 응원 보이콧은 오히려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 소지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지요.

  4. SUFC 2007/08/23 09:39

    일단 글 자체가 붉은악마를 까려고 맘먹고 쓴거라... 붉은악마는 작년에 신붉은악마 선언을 하고 소수마니아의 모임으로 회귀했습니다. 즉 전국민의붉은악마 그딴건 필요없으니 간섭하지 말라는거죠.. 이번 보이콧도 일반축구팬이 떠들어봐야 축협은 대꾸도 안할것이고... 그나마 붉은악마니깐 만나서 얘기한다는거고.. 암튼 뭐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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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미디어몹 2007/08/23 16:46

    카카달려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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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해탈 2007/08/23 16:57

    약간의 딴지입니다만.. 축구협회는 공기관이 아니지요.
    엄연한 사기관입니다.
    국민들의 인식과는 별개로 사기관은 사기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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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달려 2007/08/23 20:44

      굳이 축구협회를 "공", 붉은 악마를 "사"라고 두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행하는 역할이 "공"에 가깝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축구협회가 사기관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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