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보면서 눈물 흘려본 적 있나요?

2007/08/08 02:40
남자는 태어나서 세번 울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태어날 때,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뭐 그만큼 남자는 눈물에 인색해야 한다는 걸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려니 한다. 요새 여성들은 눈물에 인색하지 않은 감성이 풍부한 남성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기도 하고(물론 남자가 눈물 찔끔찔끔 흘리는 꼬락서니 보면 몸부림 치는 여성들도 많다), 하여튼 남자의 눈물은 얘기거리가 되는 것 같다.

남자든 여자든 극장에서나 집에서 영화 /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보이는 경우는 많다. 특히 여성분들. 가슴아픈 이별, 죽음에 사람들은 눈물 흘린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연인,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친구의 모습에 사람들은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만화책은 그러기가 어렵다. 영화나 드라마는 영상에 소리까지 더해져 한층 더 감성을 자극하기가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책은 어떤가. 흰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그림과 말풍선일 뿐이다. 귀를 자극해줄 소리도, 눈을 자극해줄 비쥬얼적 요소도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말마따나 만화만이 가지는 강점도 있게 마련이다. 절제된 대사처리, 중간과정을 무의식중에 상상하는 재미, 만화책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이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디지털”적인 면에 비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풍부하달까.

그렇다면 만화책을 보면서 울어본 적은 없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난 눈물을 잘 흘리는 편이다. 꼭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히 성격이 소심해서 그런진 몰라도 남들보다는 눈물을 쉽게 보이는 편이다. 그래서 놀림도 많이 받고 -_-;;(군대생활 중 내무실에서 사토라레 보고 눈물 흘렸는데 후임들이 그거 가지고 한달을 놀리더라).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몇분 안되겠지만). 만화책 보면서 눈물 흘려본 적이 있는지? 난 딱 2번 있다.

<<H2>>
일본의 유명 만화 작가인 아다치 미츠루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 한명이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대사, 남녀의 미묘한 심리묘사, 개성넘치는 스토리는 헤어스타일 하나로 모든 캐릭터를 구분짓는다는 단점아닌 단점(?) 정도는 그냥 뭉개버릴 정도로 흡입력 넘치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 내었다. 난 그의 작품 중 H2를 제일 좋아한다(아마 그를 아는 분들이라면 H2를 가장 좋아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을 거라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명작이다. 명작.


함께 병원에 입원한 히로의 어머니와 히까리의 어머니. 정작 많이 아픈줄 알았던 히로의 어머니는 완쾌되어 퇴원하시고, 단순한 과로인줄만 알았던 히까리의 어머니가 뜬금없이 돌아가신다(H2를 보신분들이라면 아실 것이다. 한페이지가 통째로 시커멓게 되어 있고 가운데 “돌아가셨다”라고 되어 있는 그 모습을….). 히까리의 둘도 없는 단짝친구인 히로는 장례식에도 참석하고, 히까리를 많이 위로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히로는 히까리네 집에 들러 혼자 계신 히까리 아버지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화장실에 간다며 사라진다. 한참을 지나도 오지 않는 히로. 얘가 어디갔나싶어 히로를 찾아나선 히까리 아버지 눈에 띈 것은 계단에 멍하니 앉아 있는 히로의 모습. 히로는 말한다(정확하진 않다).

“아저씨…이제 정말 이 집에서 아주머니를 볼 수 없는 건가요? 어디에서도?”
“그렇게나 저에게 잘해주셨는데, 정말로 다신 볼 수 없는 건가요?”

히로의 어린시절, 그와 함께 잘 놀아주던, 잘 보살펴주던 히까리의 어머니의 모습이 차례로 오버랩(만화에는 오버랩이 없지만 하여튼)된다. 무릎팍에 눕혀놓고 부채질해주는 모습, 히로와 함께 캐치볼 해주는 모습과 같은 정겨운 모습들이 보인다. 계단에 해놓은 히로의 낙서를 훗날 히로가 유명해지면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될거라며 걸레로 지워버리지 않는 히까리 어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그 얘기를 듣고 자조하듯 던지는 히로의 한마디.

“아저씨…저 유명해질게요”

그 얼빠진 히로의 모습과 말들. 히까리 어머니의 모습들. 이런 모습들을 볼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이런!! 어린시절 같이 놀던 공터가 공사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약속하지 않고 공과 글러브를 들고 나와 캐치볼로 히까리를 위로해주는 히로의 모습. 그의 배려에 꾹꾹 눌러 참아왔던, 참고참아 남에겐 보여주지 않았던 눈물을 보이는 히까리의 모습에 감동할 수 밖에 없다.

<<슬램덩크>>
슬램덩크 재밌는 거야 다들 아는거니까 뭐. 산왕전이다. 볼 살리느라 책상에 쳐박히면서 입은 부상때문에 괴로워하는 강백호.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경기를 뛰겠다고 고집하는 장면이다.

“백호군…미안하네. 자네 몸의 이상은 바로 알았네…알고 있으면서도 자넬 바꾸지 않았지. 아니, 바꾸고 싶지 않았어. 자꾸자꾸 성장해가는 자네의 플레이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야… 난 지도자로서 실격이네. 조금만 늦었어도, 난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아갔을 거네……”

자신의 욕심, 과오를 인정하면서까지 백호군을 말리고 싶은 흰머리 감독님에게 백호는 턱살을 잡아당기며 이렇게 말한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지금입니다”

캬!! 눈물 안흘리고 배길 수가 없다. 언제나 덜렁대고 건들대기만 했던 강백호. 처음으로 자신이 농구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고백한 강백호가 선수생명이 끝날 위험을 무릅쓰고 출전을 강행한다. 이거야말로 남자의 로망아닌가!!

이 글을 혹!시!나! 보고 있을 여러분들께. 여러분은 만화책 보고 눈물 흘려본 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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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ciyne 2007/08/22 02:02

    나루토를 보고 가슴뭉클 해진적은 있다는 1ㅅ 입니다 -ㅅ-ㅋ;

    perm. |  mod/del. |  reply.
    • 카카달려 2007/08/22 02:14

      그렇죠. 가슴 뭉클한게 정상인데 왜 전 눈물 흘리는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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