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든 영화든 모든 가공의 창작물에는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24시의
잭 바우어, 바람의 검심의 히무라 켄신와 같은 잘생기거나 성격좋고 능력도 끝내주게 좋은 원맨쇼 타입의
주인공도 있다. 반대로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이 오히려 완전함으로 보이게 만드는 주인공, 해리포터, 슬램덩크의 강백호, 드래곤
라자의 후치와 같은 타입도 있지.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주인공이 아니라, 그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주연을 뛰어넘는 조연 중
하나, 바로 더티 히어로(Dirty Hero)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더티 히어로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일까? 직역하면 더러운 영웅…정도가 될텐데, 영웅이면 무조건 멋있고 좋고 능력있는 인물인데 왜
하필이면 앞에 더티(Dirty), 더럽다는 뜻을 붙여 굳이 모순적인 단어를 만들어 냈는지 원참… 굳이 정의하자면, 하는 행동거지는 악역에 그것에 가까운데 실제로
그 역할을 뜯어보면 주인공에 도움이 된다거나, 소위 말하는 “좋은
놈”, “착한 편” 정도가 되겠군.
살아온 인생이 길었던 것도 아니고, 문화적 소견이 그리 넓은 것도
아니라서 그리 많은 주인공을알지는 못하지만 몇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 캐사기 유닛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바람의 검심에 나오는 사이토 하지메. 그와 켄신은
과거 서로 못죽여 안달이 난 세상에 둘도 없는 적이었다. 개인적인 원한이라기보다는 시대가 그러했더니만큼
세력이 적대관계였으니… 훗날 시대가 평안해지고 나서도 살아남아 켄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하지메. 하지만 켄신에게 패하고 돌아가더니 은근슬쩍 경찰이 되더니 켄신의 주변에서 얼쩡거리게 된다. 그는 말은 재수없게 툭툭 던지고, 생긴것도 무섭게 생겼고, 하여튼 재수없는 사람의 전형적인 면을 갖췄지만, 다시한번 고쳐보면
그는 은연중 켄신을 도와주고 있다. 시시오를 소탕할때도, 에니시를
잡을때도 그는 은연중, 아니 그는 대놓고 켄신을 도와주고 있다. 소위
말하는 말은 거칠게 하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이랄까.
▲ 눈빛이 멋있다
다음은 드래곤 라자의 운차이. 그는 자이펀의 첩자로 바이서스에 파견되었다가
잡혔다가 풀려나게 된다. 적국의 도시를 대상으로 끔직한 실험을 하던,
여자랑은 눈도 못마주치고 말한마디 못나누던, 항상 말은 짧고 재수없게, 말을 했다하면 독설로 가득차 있던 그가 네리아를 비롯한 후치 일행과 지내면서 점차 변모하게 된다. 여성과 대화할 수 있게 되고, 농담도 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후치 일행의 여행길에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가 된다. 소설이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그린 이미지는 없지만, 게임 드래곤 라자의 일러스트를 보면 그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다.
영원한 더티 히어로, 드래곤볼의 베지터. 이 녀석이야말로 더티 히어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손오공을 죽이려 했던 무서운 적이었지만, 나메크성에서 프리더를 같이 상대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바뀌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지구에서 지내게 되면서 그의 삭막하고 잔혹했던 심성은 점점 착하게 변해져 간다. 그렇긴 해도 여전히 사이어인의 왕자라는 자부심과 천성 탓인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독설을 퍼붓고 시도때도 없이 실력행사를 해대는 등 싸가지가 X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도 "한없이 착해지는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살기좋은 지구도 좋다고 한다(마인부우때 한번 꼬장 부리긴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까지 지구를 구하려 하는 등 후반부에는 "약간 까칠한 좋은 놈" 정도의 녀석이 되어버린다.
▲ 그리핀도르 50점 감점!
다음은 해리포터의 스네이프가 생각난다. 그도 마찬가지. 7권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의나쁜 면만을 봐왔을 것이다. 기름기가
가득한 머리칼과 음험한 눈빛, 해리와 그의 친구들을 한없이 괴롭히는 언행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극중으로
들어가서 해리 대신 허리를 꺾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언뜻 생각하면 제임스(해리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아들에게까지 이어져 무작정 해리를 미워하는
것 같지만, 7권을 읽어보면 그것이 아니였음을 알 게 된다. 릴리(해리의 어머니)를 한없이 사랑했던 스네이프, 해리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던 스네이프,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는 스네이프야말로 더티 히어로의 전형이 아닐까.
다소 억지스럽지만 마지막은 슬램덩크의 서태웅이다.
▲ 역시 사기캐릭
사실 이 중에 가장
더티 히어로답지 않다. 하지만 억지로 수를 늘리다보니 -_-;; 서태웅이
강백호와 적대관계(?)라고 설정하는 건 좀 억지스럽지만, 어쨌든
둘은 티격태격하고 못잡아먹어 안달이니까 뭐. 서태웅도 마찬가지다. 실력은
끝내주지만 말하는 꼬락서니나 동료들에게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영락없는 왕재수다. 패스는 죽어라고 안하지, 그런 주제에 체력은 약하고, 동료들한테는 막말하고 강백호에게는 막대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의 완소녀 소연이를 그런식으로 대하다니!!(결국은
이게 제일 결정적).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강백호의 일종의 롤모델(Role
Model)이 되어주고, 그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상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된다(물론 그게 자신이 의도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어쨌든 서태웅도 강백호를
인정하고 자신의 의지로 도와줬던건 사실이니까).
이러한 더티 히어로의 공통점에는 뭐가 있을까. 뭐 대충 뻔하다. 우선 능력이 뛰어나다. 일단 영웅(히어로)니까 뛰어난 능력을 지녀야겠지. 사이토 하지메의 아돌은 단순 그 자체이지만, 극중 말마따나,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기술을 필살기로 승화시킨다” 이거 하나면 짱이다. 찌르기 하나로 켄신과 막상막하니까 말 다했지
뭐. 극 중에서 사노스케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저 자식이
켄신이 아닌 다른 녀석에게 진다는 건 상상이 안가는데…”. 뭐 결국 시시오에게 개발렸지만 -_-;; 그리고 운차이. 그도 마찬가지. 일단 스파이로 파견될 정도면 두뇌도 명석하고 말도 잘하고 하겠지 뭐. 그리고
그의 검술실력도 소설 내에서 뛰어난 축에 들어간다. 이정도면 뭐 우수하다고 할 수 있겠지? 베지터도 뻔하다. 손오공보다는 약하지만 거의 필적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고, 아마 GT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제외한다면 손오공 다음으로 강하지 않을까 싶다. 스네이프도 성격은 더럽지만 마법약 교수로서의 능력도 탁월하고, 볼드모트에게
잠입해 들키지 않고 임무를 잘 수행하는 걸 보면 잔머리도 좋고 능력면에서 의심할 바가 없을 듯 하다. 서태웅이
농구 잘하는거야 다 알지 않나 -_-;; 정우성이랑 맞장 뜰 정도면 헐~
그리고 성격이 까칠하다. 말도 더럽게 하고 행동도 엄청 재수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뭐 저런 재수없는 놈이 있냐고 싫어하겠지만, 이런
녀석들도 있어야 극이 살잖아 -_-;; 상상해보라. 스네이프가
해리에게 다정하게 “해리, 열심히 공부해서 마법약 시험을
잘 보도록 해라…” 윽 상상해버렷다 -_-;; 이건 아니잖아~~
주인공과 대립하는 듯 하면서도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존재. 더티
히어로. 난 오늘도 새로운, 끝내주게 멋진 더티 히어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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