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포상 휴가나온 친구만나러 대전갔다가 조그마한 광장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라크와의 아시안컵 4강 경기를 봤다. 솔직히 한달전에 열린 평가전에서 여유롭게 승리했던 터라, 1:0이나 2:0 정도의 안정적인 승리를 예견했건만...역시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 아쉽지만, 수고하셨습니다
우선 2경기 연속으로 비가 내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120분의 혈투를 벌인 선수들의 투혼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결과적으로는 아쉽게도 결승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대표팀 선수들이라고 해서 지고 싶어서 졌겠는가. 하지만 잘못은 덮으라고 있는게 아니라 고치라고 있는 것이다. 내 나름대로 한국 축구의 문제점 중에서도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을 생각해 보았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로는 무엇이 있을까. 체력, 스피드, 순발력, 정신력, 신체조건, 테크닉, 조직력, 능력, 전술... 뭐 순식간에 몇가지가 머리속에 떠오를 것이다.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소위 축구를 잘한다는 나라에 비해 그리 많이 떨어지는 것은 테크닉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선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나름대로 체계적인 전술에 의해 경기를 치러왔다고 생각한다. 뭐 실전에서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4강 진출에 실패한 아시안컵 대표팀을 욕하는 글들을 주욱 훑어 보면, "뻥축구"라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온다. 미드필더에서부터 천천히 만들어가는 조직력 축구보다는 대충 골대쪽으로 뻥 차놓은 다음 운좋게 떨어지는 볼을 줏어먹는 식의 축구를 지칭하는 말이다. 어느정도는 과장이겠지만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사실 뻥축구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아시안컵 내내 고수한 4-2-3-1 포메이션은 사실 중원장악을 전제로 해서 좌우 날개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술이었다. 그런데 대회 내내 팀이 보여준 경기는 중원을 장악하기는 커녕 패스의 부정확함으로 인해 수비진영에서의 좌우 날개로 향하는 롱스루패스 위주의 뻥축구만을 보여주었다.
대회 내내 가장 준수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좌우 날개인 이천수, 염기훈, 최성국 트리오는 포지션의 특성상, 활동량이 풍부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좌우를 오갈뿐, 중원장악에 기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결국 중원장악의 역할은 2명의 수비형 미들과 1명의 공격형 미들이 되는데, 더블 볼란치로 나온 손대호-김상식 조합은 활동량 & 수비력이라는 쟁점에서는 어느정도 합격점을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패싱력이 부족해 "공격의 물꼬"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5경기에서 3점만을 실점한 것이 수비력 "덕분"이라면, 경기당 0.75점이라는 극도의 득점포 부진은 이 더블볼란치 "탓"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공격형 미들로 출전한 김정우 & 김두현 2명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박지성과 비슷한 스타일의 김정우, 많이 움직이기보다는 탁월한 중거리슛 능력과 볼배급 능력, 스루패스 능력을 겸비한 김두현 모두 그리 활약하지 못했다.
이러한 부진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뭐 감독의 전술실패다 하는 등 여러가지 말이 있지만, 난 아시안컵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킥"에 있다고 생각한다. "킥"이야말로 축구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시안컵을 보며 그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
좌우 윙백으로 출전한 오범석과 김치우.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활발한 오버래핑을 보여주었으나, 그들의 크로스가 한국 공격수들에게 정확하게 연결된 적은 별로 없다. "킥"으로 하는 크로스가 부정확해서 그렇다. 이제 한국 대표팀의 대표 수비수로 자리매김한 김진규. "킥"력만 따지자면 한국에서 최강이지만, 그의 "킥"정확도는 한국에서 최악일 것이다. 그의 전매특허는 프리킥은 유효슈팅이 된 적이 거의 없고, 공격진으로 한번에 연결하는 롱패스는 어이없이 골라인을 벗어나거나 골키퍼에게 안기기 일쑤였다.(여담이지만, 김진규 선수랑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냥 여담으로 -_-;;)

▲ 욕하지 말고 킥연습이나 하렴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내내 대표팀 경기에서는 유난히 "원터치" 패스를 하다가 패스미스로 볼을 뺏긴 경우가 유난히 많았다. 굴러오는 공을 원터치로 연결해주고 2:1 패스를 시도하려다가 공이 어이없는 곳으로 가버린다거나, 결정적인 프리킥 크로스가 어이없게 키퍼에게 안긴다던가 하는 모습은 수두룩하게 보았다. 연습과정에서 그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킥" 수준을 높이지 않고서 맹목적으로 스피드만 올리려 하는 한국축구의 모습은 소위 말하는 "안습"이었다.
슛도 마찬가지. 골결정력 부족이라는 것이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라 한다면, "킥"능력의 부족이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골을 넣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0.1초만 머뭇거려도 수비수의 태클이 날아오고, 0.1초만 늦게 슛을 해도 골키퍼에게 막히고, 0.1밀리만 빗나가도 골대를 맞고 나오는게 슛이다. 0.1초라도 빨리, 0.1밀리라도 정확하게, 그것도 4~5명의 수비수를 뚫고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 골이다. 여유롭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머리로 날아오는 공, 가슴으로 날아오는 공, 무릎으로 날아오는 공, 원바운드로 오는 공, 등 뒤에서 오는 공, 옆에서 오는공, 이러한 여러가지 어려운 공을 발에 맞춰 골을 넣는 것은 전적으로 "킥"력에 달려있다. 이라크전에서 이동국 선수의 킥이 조금만 정확해서 감아차기 슛을 성공했더라면, 이천수 선수의 프리킥 능력이 조금만 더 정교해서 골문안으로 슛이 들어갔더라면, 김정우 선수의 회심의 슛이 조금만 더 제대로 맞았더라면...하는 아쉬운 생각을 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날개를 향한 정확한 스루패스, 공격수를 향한 정확한 크로스, 골대 안을 향하는 정확한 슛, 모두 "킥"에서 시작된다. 반세기동안 아시아의 정상에 오르지 못한 허울만 좋은 "아시아의 맹주" 한국 대표팀. 킥 연습부터 다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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