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시즌이란 것이 있을까? 학기가 시작되는 2~3월과 8~9월에 상대적으로 많이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것이 통계적으로 나와있는 곳은 없을까... 여름에 입대할 예정인 내 친구는 현직 교사인데다 나이가 좀 있어 행정병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친구에게 이런저런 행정병 관련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글로 한번 써보고 싶어졌다.
우선 이 글은 전적으로 내가 근무했던 부대를 기준으로 작성한 것임을 감안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내가 있었던 곳에서는 이러이러한 점에서 다르네요" 정도는 괜찮지만 "붕신 우리부대에서는 안이렇거든?" 요딴식의 리플은 살포시 삭제할 것임을 알아두시길. 덧붙여 사령부 행정병에 대한 내용만 있으며, 내가 인사처였던 관계로 인사처는 자세히 적었지만 다른 부처는 대충 적었음을 알아두시길.
1. 인사처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작전처, 경리부와 함께 가장 힘든 처부중에 하나다. 내가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업무량으로 보나 업무시간으로 보나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단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상비사단의 경우 인사처는 보통 보임, 사제, 안전, 복지 파트로 나누어진다.
보임은 "보직임명"의 줄임말로, 정식명칭은 "인사관리장교"이다. 말그대로 장교들의 인사이동을 관리하고 보직을 판단하는 아주 "막강"한 자리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보임장교 마음으로 이러한 것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어디서나 그렇듯 "사람"은 다룬다는 것은 그 사람의 미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수도 있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신중하고 실수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초임장교를 분류할때 보병 소위를GOP연대로 보내느냐 FEBA연대로 보내느냐가 해당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계원의 작은 실수 때문에 진급이 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_-;; (진짜다)
다른 파트에 비해서는 업무량이 약간 적은 편이지만 반면 일이 좀 어려운 편이다. 사단내 600명이 넘는 장교들을 장교 한명, 계원(행정병) 한명이 다 담당하기 때문에(물론 예하부대에서도 도와주지만) 업무량도 상당하고 보직에 관련된 규정이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 이를 다 숙지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나의 경우는 사수가 이라크 파병을 가는 바람에 인수인계를 1주일정도, 그것도 제대로 받지 못해 상당히 개고생을 했었다 ㅠ.ㅠ 하지만 어려운만큼 다른 기능들에 비해 머리를 쓰는 것이 많고 단순노가다가 적은 편이라 재미있는 면도 있다. 힘들지만 한번쯤 해볼만한 업무.
사제의 정식명칭은 "사제상전"이다.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지만, 온갖 잡다한 일은 다 사제쪽이다 -_-;; 기능이 좀 애매하다 싶으면 죄다 사제쪽이다(물론 기능별 짬밥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임무가 행사 계획수립과 내규 관리, 지원금 관리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업무의 난이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때문에 내가 현역이던 시절 사제계원이 머리 좋고 작업스킬 뛰어난 엄청난 베테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밥먹듯 야근을 했다는...(나중에는 야근을 즐기더라) 때문에 TV나 신문에 나오는 군대관련 행사장면만 보면 나는 "사제계원 밤샜겠구만..."라고 생각하게 된다(이놈의 직업병...).

안전은 "안전보건"의 줄임말로 말그대로 부대내 안전사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3년전 총기 난사건(우리부대다 -_-;;)이 일어난 후에 특히나 임무가 막중해진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총기나 수류탄과 같은 살상무기사고는 물론 화재, 차량, 구타 등등 하여튼 안전에 위험이 되는 요소는 모두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안전파트는 평소에도 바쁘지만 특히 훈련시즌만 되면 조낸 바빠진다. 훈련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안전위해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방지해야 하는 동시에, 훈련/안전통제를 위해 통제관이라는 것을 편성하고 각종 상황판들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판(지도)를 만들어보면 알겠지만, 의외로 제작이 까다로운 데다가 똑같은 것을 몇개나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짜증이 나는 작업이다. 정작 상황판 만드느라 업무를 보지 못할수도...
복지는 솔직히 왜 편성이 인사처로 되어 있는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 어쨋든 부대내 아파트, 관사 등 시설물들을 관리하고, 각종 세금이랄까 하여튼 돈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나의 경우 간간히 복지업무를 도와주곤 했었는데, 군 아파트에 입주한 간부들의 세금이나 전세금, 각종 보조/지원금에 관련된 업무를 한다고 보면 된다. 한달에 한번 작업해서 출력하는 100장이 넘는 세금용지는 정말...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외에는...잘 모르겠다 낄낄.
2. 작전처
최고! 넘버원! 탑 오브 아미! 당신이 행정계원을 꿈꾸고 있다면 어떻게든 작전처는 피하길 바란다. 나도 인사처에 나름 빡센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작전처 친구들에 비하면 널널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작전처를 가고 싶다면 적어도 일주일동안 3~4시간만 자고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하며, 어떠한 급박한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대담함과 깡을 지녀야 한다.

하는 일은 쉽게 말해 사단 전체를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작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느 한곳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사단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고 적시적절한 명령을 하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최전방(GP / GOP)의 각종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전시상황을 대비한 대비/훈련, 부대의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종합/수립/시행하는 것도 모두 작전처에서 담당한다.
때문에, 아닌게 아니라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근무했던 곳의 경우 화지반(화력지원반)과 같은 사무실(사무실이 아니라 지휘통제실, 소위 벙커였지만)을 썼는데, 가끔 전달할 것이 있어 올라가면 여긴 무슨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끊임없이 소리지르고 뛰어다니고 키보드 치는 소리 울리고 -_-;; 여기를 한번 다녀가고 나면 바쁜 편인 인사처 사무실도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 (솔직히 약간 과장이지만, 어쨋든 그만큼 바쁘단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웬만한 체력과 깡이 없다면 작전처만큼 피하시길. 물론 자신이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다면 그게 군대이겠는가만은.
인사처처럼 작전처에도 3~4명 각각에 해당하는 보직(정작계, 제도계 등)이 있지만, 사실 작전처에서의 보직은 무의미하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어차피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이런일 저런일 다 하다 보면 보직의 구분이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3. 경리부
인사처, 작전처와 함께 3대 기피직종(?)이다. 이유는 딴게 필요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량 때문이다. 어딜 가나 돈을 가지고 만지작거리는 경리니 회계니 하는 직종은 쉬운게 없듯이, 군대도 다른게 없다. 간부, 병사의 월급은 물론이고 부대내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돈의 흐름을 조절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곳이 이 경리부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월급은 물론 휴가비를 주는 것이 바로 이"분"들임을 명심하라. (물론 경리계원을 두들겨팬다고 해도 월급이 안나오진 않지만 -_-;;)
어떤 의미에서는 작전처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의미인고 하니 작전처나 인사처의 경우 업무량이 많긴 해도 능력이 뛰어나거나 머리를 잘 굴리면 빨리 끝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반면 경리부 업무는 그야말로 완전반복 노가다성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일을 빨리 잘한다 하더라도 산처럼 쌓여있다 못해 폭설까지 내리는 산덩이같은 업무량 앞에 GG요,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잔대가리 굴릴 여지를 주지 않는 단순반복 성격의 업무 앞에서는 GG일 뿐이다. (어떤 후임은 거짓말 안하고 풀칠하러 야근 간적도 있음.)

특히나 어디나 그렇듯 월초 월말, 연초 연말, 분기초, 분기말만 되면 경리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어디나 그렇지만 연초(월초)에는 해당 기간동안 쓸 돈에 대한 예산에 대한 업무를 하고, 말에는 쓴 돈에 대한 정산을 한다. 특히 연말이 되면 경리계원들에게는 공포의 주인공!! 연말정산이 등장한다. 업무의 성격상 군수처와 인사처와는 업무연계가 많고 업무협조를 구하게 될 일이 많으므로 혹시 해당된다면 경리계원들과 돈독한 관계형성에 주력할 것.
4. 군종부
보통 사단급에는 종파(기독교, 불교, 천주교)별로 1~2명씩의 군종병이 있는데, 천주교는 잘 모르니 패스. 사실 3대 기피직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군종병=망고, 땡보"라는 반쯤은 사실이고 반쯤은 거짓인 명제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종병의 경우 해당 종파 건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른 병사들에 비해 편하다고 할까, 자유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단점이 그보다 더 큰 것 같다. 우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전우들의 편견어린 시선이 있겠다. 쉽게 말해 "씨바 난 존나 빡센데 나를 졸라 망고로 보네"라는 이야기. 하루종일 빡세게 일하고 돌아왔는데 듣는 첫마디가 "오늘도 실컷 자다 왔구만?" 이라는 분대장의 한마디에 하극상이 벌어지는 수가 있다.
그리고 주말이 없다는 점. 다른 병사들이 모두 내무실에서 퍼질러 노는 동안, 토요일에 다음날 있을 종교행사를 준비하고, 일요일 종교행사를 하루종일 치르고 나면 파김치가 되는 것은 물론, 어딘지 모르게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해야하나 소외감을 피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주말이 없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휴가 및 외박, 외출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 엄청난 뷁태클의 요인이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진다.
마지막은 업무적으로도 편하지 않다는 것. 우선 군종병의 편제는 보통 종파별 1명이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혼자 보고 책임져야 한다. 물론 같이 일하는 간부도 있긴 하지만 어디 궂은 일을 하겠는가. 때문에 군종병은 사무업무는 물론 각종 몸으로 뛰는(?) 일까지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 군종병의 경우 종교행사를 대비한 각종 사무업무(주보 치기, 결산일지 작성 등등)는 물론이고 교회건물 전체를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있던 부대의 기독교 군종병(우리 내무실 후임이었음)은 이미 일병때 몸짱이 되어 있었다는~
아 그리고 또하나 치명타! 바로 비젼 캠프!! 비젼 캠프란 쉽게 말해 군대에 적응못하는 자살위험있는 복무부적응 병사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키는 일종의 병영캠프 비스무레 한건데, 이것을 교회에서 하는데 물론 인솔은 죄다 군종병이 한다. 나의 경우 군종병이 같은 내무실 후임이었던 지라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 진짜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다 -_-;; 정말로 자살할 것 같은 표정의 사람도 많이 있고 진짜 찌질한 애들도 많은데 걔들을 데리고 밥먹이고 씻기고 재우고(진짜 어린애 보듯이 한다) 하는게 얼마나 짜증나는지...이걸 매달 하면 정말 지칠거다.
그런고로 훗날 입대하거든 군종병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망고라고 놀리는 일이 없기를. 작업으로 다져진 군종병의 암바 한방에 의가사 하는 수가 있다(좋은건가?)
5. 법무부
말이 필요없다. 법무부로 보직이 떨어진다면 당신은 군생활 2년을 편하게 보내리라 자신할 수 있다. 우선 법무부의 간부들은 보통 군법무관이기 때문에 군인과 민간인 중 민간인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무실 생활이 그야말로 천국이 될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 "병사의 주적은 간부"라는 말과 같이 사무실에서는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그야말로 군대식 규정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지만 위와 같이 민간인틱한 군인과 함께 생활하면 여러모로 매우 프리(free)한 생활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
그렇다고 법무부 보직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법무부라고 하면 보통 사시를 패스하거나 법대를 다니다 온 학생들을 뽑아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언혀 상관이 없다. 어차피 병사들은 책임이 없는 상태에서 간부(군법무관)들이 시키는 일만 하기 때문에 사무적인 능력만 평가받는다고 보면 된다.
(우리 부대의 경우 법무부 사무실에 부대 위병소 밖에 위치해 있었던 탓에, 야근 절대 없었고, 주말 야근 절대 없었고, 회식만 했다하면 엄청 비싸고 맛있는 음식 먹고 들어왔음. 그것도 엄청 자주)
6. 적기 귀찮거나 별 특색없는 부서들
1) 군수처
어떻게 힘든 보직만 피한다면 분명 행정병은 몸으로 뛰는 것보다는 분명 편하다. 대부분이 행정병은 머리굴리는 일이라 몸은 편하고, 일반 병사는 몸이 힘든 대신 골치썩을 일은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 몸이 존나 피곤하면 골치도 썩는다 -_-;; 게다가 더우면 에어컨 바람 쐬가면서 편하게 앉아 일해, 추우면 히터 틀어놓고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일할 수도 있다. 전우들이 땡볕을 그냥 맞아가며 제초작업하거나, 온몸을 적시며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에어컨이나 히터 틀어놓고 커피 마시면서 편하게 앉아 머리나 굴리고 있는게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는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_-;; (그래서 행정병은 평상시 부대내에서 처신을 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행정병의 가장 좋은 점은 제대 후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입대당시 워드 1급을 취득한 상태여서 문서 편집에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선임들 앞에서 나의 실력은 그저 X밥이었을 뿐이었다. 2년동안 600에 달하는 장교들에 대한 업무를 보면서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엑세스에 대한 나의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한글97의 경우 단축키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어 마우스를 전혀 쓰지 않고도 문서편집이 가능할 정도다. (행정병 출신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듯. 한글 97은 정말 가볍고 강력한 강추 프로그램이다!!) 보통의 경우는 제대후에는 솔직히 몸좀 건강해지는 것 외에는 남는게 없거나 있더라도 전공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컴퓨터 작업스킬은 어느직종이든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행정병이 안좋은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좋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2개의 생활에 동시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부대 내무생활과 사무실 업무를 동시에 숙달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의 병사와는 달리 초기적응이 좀 힘든 편이다. 내무실 생활, 부대훈련, 경계근무와 같은 것이 "소속부대"에서의 활동이라고 본다면, 사무실에서의 업무숙달, 사무실에서의 행동(손님접대, 청소 등)요령은 "사무실"에서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은 "소속부대" 활동에만 주력해야 하는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행정병은 2가지의 생활의 동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짬안되는 신병때에는 힘든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같은 군대이긴 해도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간부들은 병사들의 생태에 비해 생각보다 무지하기 때문에, 이 두가지를 조율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예로 한가지만 들자면 정신교육 집합과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군대에서는 매주 수요일 집중정신교육이라고 해서 "우리의 주적은 북한"따위의 정훈교육같은 것을 하는데, 행정병의 경우 업무량이 많거나 하면 간부가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락없이 무단불참할 경우 부대지휘관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는데 그러한 애로사항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간부가 생각보다 많다. 쉽게 말하자면 행정병(계원)은 부대 지휘관과 담당간부 사이에서 치이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이야기. 이도 본인이 처신을 잘 한다면 그나마 덜하겠지만 어디 그게 쉽겠는가. 짬밥 좀 먹으면 알아서 요령이 생길 것이다.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하지만, 병장달고 나면 그냥 정신교육 받는다고 내려가서는 두어시간 놀다 온다 -_-;;)
결국 결론은...군대에서는 아주 일부의 보직(특히나 기본권 상담병)을 제외하고는 편한 자리는 결코 없다. 60만 대군이 있다면 60만 모두가 자신이 제일 힘들거라고 생각할 거라는 말마따나, 어딜 가든 배울것은 많고 힘들어질 일은 널리고 널렸다. 어느 보직에 떨어지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서 2년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갈고 닦는다면 적어도 군대생활이 마냥 허망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p.s 기회가 닿으면 좋은 행정병이 되기위한 노하우나 써볼까...어지간히 할짓이 없구나 -_-;;
우선 이 글은 전적으로 내가 근무했던 부대를 기준으로 작성한 것임을 감안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내가 있었던 곳에서는 이러이러한 점에서 다르네요" 정도는 괜찮지만 "붕신 우리부대에서는 안이렇거든?" 요딴식의 리플은 살포시 삭제할 것임을 알아두시길. 덧붙여 사령부 행정병에 대한 내용만 있으며, 내가 인사처였던 관계로 인사처는 자세히 적었지만 다른 부처는 대충 적었음을 알아두시길.
1. 인사처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작전처, 경리부와 함께 가장 힘든 처부중에 하나다. 내가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업무량으로 보나 업무시간으로 보나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단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상비사단의 경우 인사처는 보통 보임, 사제, 안전, 복지 파트로 나누어진다.

▲ 이분들 나랑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셨던 분들임 -_-;;
다른 파트에 비해서는 업무량이 약간 적은 편이지만 반면 일이 좀 어려운 편이다. 사단내 600명이 넘는 장교들을 장교 한명, 계원(행정병) 한명이 다 담당하기 때문에(물론 예하부대에서도 도와주지만) 업무량도 상당하고 보직에 관련된 규정이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 이를 다 숙지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나의 경우는 사수가 이라크 파병을 가는 바람에 인수인계를 1주일정도, 그것도 제대로 받지 못해 상당히 개고생을 했었다 ㅠ.ㅠ 하지만 어려운만큼 다른 기능들에 비해 머리를 쓰는 것이 많고 단순노가다가 적은 편이라 재미있는 면도 있다. 힘들지만 한번쯤 해볼만한 업무.
사제의 정식명칭은 "사제상전"이다.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지만, 온갖 잡다한 일은 다 사제쪽이다 -_-;; 기능이 좀 애매하다 싶으면 죄다 사제쪽이다(물론 기능별 짬밥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임무가 행사 계획수립과 내규 관리, 지원금 관리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업무의 난이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때문에 내가 현역이던 시절 사제계원이 머리 좋고 작업스킬 뛰어난 엄청난 베테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밥먹듯 야근을 했다는...(나중에는 야근을 즐기더라) 때문에 TV나 신문에 나오는 군대관련 행사장면만 보면 나는 "사제계원 밤샜겠구만..."라고 생각하게 된다(이놈의 직업병...).

▲ 이 사진을 보고 "저것도 좌석배치도 그렸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인사처가 적임이다.
안전은 "안전보건"의 줄임말로 말그대로 부대내 안전사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3년전 총기 난사건(우리부대다 -_-;;)이 일어난 후에 특히나 임무가 막중해진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총기나 수류탄과 같은 살상무기사고는 물론 화재, 차량, 구타 등등 하여튼 안전에 위험이 되는 요소는 모두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안전파트는 평소에도 바쁘지만 특히 훈련시즌만 되면 조낸 바빠진다. 훈련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안전위해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방지해야 하는 동시에, 훈련/안전통제를 위해 통제관이라는 것을 편성하고 각종 상황판들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판(지도)를 만들어보면 알겠지만, 의외로 제작이 까다로운 데다가 똑같은 것을 몇개나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짜증이 나는 작업이다. 정작 상황판 만드느라 업무를 보지 못할수도...
복지는 솔직히 왜 편성이 인사처로 되어 있는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 어쨋든 부대내 아파트, 관사 등 시설물들을 관리하고, 각종 세금이랄까 하여튼 돈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나의 경우 간간히 복지업무를 도와주곤 했었는데, 군 아파트에 입주한 간부들의 세금이나 전세금, 각종 보조/지원금에 관련된 업무를 한다고 보면 된다. 한달에 한번 작업해서 출력하는 100장이 넘는 세금용지는 정말...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외에는...잘 모르겠다 낄낄.
2. 작전처
최고! 넘버원! 탑 오브 아미! 당신이 행정계원을 꿈꾸고 있다면 어떻게든 작전처는 피하길 바란다. 나도 인사처에 나름 빡센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작전처 친구들에 비하면 널널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작전처를 가고 싶다면 적어도 일주일동안 3~4시간만 자고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하며, 어떠한 급박한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대담함과 깡을 지녀야 한다.

▲ 대충 이렇게 생긴 곳이 바로 "지휘통제실"
하는 일은 쉽게 말해 사단 전체를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작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느 한곳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사단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고 적시적절한 명령을 하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최전방(GP / GOP)의 각종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전시상황을 대비한 대비/훈련, 부대의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종합/수립/시행하는 것도 모두 작전처에서 담당한다.
때문에, 아닌게 아니라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근무했던 곳의 경우 화지반(화력지원반)과 같은 사무실(사무실이 아니라 지휘통제실, 소위 벙커였지만)을 썼는데, 가끔 전달할 것이 있어 올라가면 여긴 무슨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끊임없이 소리지르고 뛰어다니고 키보드 치는 소리 울리고 -_-;; 여기를 한번 다녀가고 나면 바쁜 편인 인사처 사무실도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 (솔직히 약간 과장이지만, 어쨋든 그만큼 바쁘단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웬만한 체력과 깡이 없다면 작전처만큼 피하시길. 물론 자신이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다면 그게 군대이겠는가만은.
인사처처럼 작전처에도 3~4명 각각에 해당하는 보직(정작계, 제도계 등)이 있지만, 사실 작전처에서의 보직은 무의미하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어차피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이런일 저런일 다 하다 보면 보직의 구분이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3. 경리부
인사처, 작전처와 함께 3대 기피직종(?)이다. 이유는 딴게 필요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량 때문이다. 어딜 가나 돈을 가지고 만지작거리는 경리니 회계니 하는 직종은 쉬운게 없듯이, 군대도 다른게 없다. 간부, 병사의 월급은 물론이고 부대내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돈의 흐름을 조절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곳이 이 경리부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월급은 물론 휴가비를 주는 것이 바로 이"분"들임을 명심하라. (물론 경리계원을 두들겨팬다고 해도 월급이 안나오진 않지만 -_-;;)
어떤 의미에서는 작전처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의미인고 하니 작전처나 인사처의 경우 업무량이 많긴 해도 능력이 뛰어나거나 머리를 잘 굴리면 빨리 끝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반면 경리부 업무는 그야말로 완전반복 노가다성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일을 빨리 잘한다 하더라도 산처럼 쌓여있다 못해 폭설까지 내리는 산덩이같은 업무량 앞에 GG요,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잔대가리 굴릴 여지를 주지 않는 단순반복 성격의 업무 앞에서는 GG일 뿐이다. (어떤 후임은 거짓말 안하고 풀칠하러 야근 간적도 있음.)

▲ 이런 동뭉치가 굴러다니지는 않는다.
특히나 어디나 그렇듯 월초 월말, 연초 연말, 분기초, 분기말만 되면 경리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어디나 그렇지만 연초(월초)에는 해당 기간동안 쓸 돈에 대한 예산에 대한 업무를 하고, 말에는 쓴 돈에 대한 정산을 한다. 특히 연말이 되면 경리계원들에게는 공포의 주인공!! 연말정산이 등장한다. 업무의 성격상 군수처와 인사처와는 업무연계가 많고 업무협조를 구하게 될 일이 많으므로 혹시 해당된다면 경리계원들과 돈독한 관계형성에 주력할 것.
4. 군종부
보통 사단급에는 종파(기독교, 불교, 천주교)별로 1~2명씩의 군종병이 있는데, 천주교는 잘 모르니 패스. 사실 3대 기피직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군종병=망고, 땡보"라는 반쯤은 사실이고 반쯤은 거짓인 명제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종병의 경우 해당 종파 건물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른 병사들에 비해 편하다고 할까, 자유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단점이 그보다 더 큰 것 같다. 우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전우들의 편견어린 시선이 있겠다. 쉽게 말해 "씨바 난 존나 빡센데 나를 졸라 망고로 보네"라는 이야기. 하루종일 빡세게 일하고 돌아왔는데 듣는 첫마디가 "오늘도 실컷 자다 왔구만?" 이라는 분대장의 한마디에 하극상이 벌어지는 수가 있다.
그리고 주말이 없다는 점. 다른 병사들이 모두 내무실에서 퍼질러 노는 동안, 토요일에 다음날 있을 종교행사를 준비하고, 일요일 종교행사를 하루종일 치르고 나면 파김치가 되는 것은 물론, 어딘지 모르게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해야하나 소외감을 피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주말이 없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휴가 및 외박, 외출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 엄청난 뷁태클의 요인이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진다.
마지막은 업무적으로도 편하지 않다는 것. 우선 군종병의 편제는 보통 종파별 1명이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혼자 보고 책임져야 한다. 물론 같이 일하는 간부도 있긴 하지만 어디 궂은 일을 하겠는가. 때문에 군종병은 사무업무는 물론 각종 몸으로 뛰는(?) 일까지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 군종병의 경우 종교행사를 대비한 각종 사무업무(주보 치기, 결산일지 작성 등등)는 물론이고 교회건물 전체를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있던 부대의 기독교 군종병(우리 내무실 후임이었음)은 이미 일병때 몸짱이 되어 있었다는~
아 그리고 또하나 치명타! 바로 비젼 캠프!! 비젼 캠프란 쉽게 말해 군대에 적응못하는 자살위험있는 복무부적응 병사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키는 일종의 병영캠프 비스무레 한건데, 이것을 교회에서 하는데 물론 인솔은 죄다 군종병이 한다. 나의 경우 군종병이 같은 내무실 후임이었던 지라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 진짜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다 -_-;; 정말로 자살할 것 같은 표정의 사람도 많이 있고 진짜 찌질한 애들도 많은데 걔들을 데리고 밥먹이고 씻기고 재우고(진짜 어린애 보듯이 한다) 하는게 얼마나 짜증나는지...이걸 매달 하면 정말 지칠거다.
그런고로 훗날 입대하거든 군종병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망고라고 놀리는 일이 없기를. 작업으로 다져진 군종병의 암바 한방에 의가사 하는 수가 있다(좋은건가?)
5. 법무부
말이 필요없다. 법무부로 보직이 떨어진다면 당신은 군생활 2년을 편하게 보내리라 자신할 수 있다. 우선 법무부의 간부들은 보통 군법무관이기 때문에 군인과 민간인 중 민간인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무실 생활이 그야말로 천국이 될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 "병사의 주적은 간부"라는 말과 같이 사무실에서는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그야말로 군대식 규정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지만 위와 같이 민간인틱한 군인과 함께 생활하면 여러모로 매우 프리(free)한 생활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
그렇다고 법무부 보직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법무부라고 하면 보통 사시를 패스하거나 법대를 다니다 온 학생들을 뽑아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언혀 상관이 없다. 어차피 병사들은 책임이 없는 상태에서 간부(군법무관)들이 시키는 일만 하기 때문에 사무적인 능력만 평가받는다고 보면 된다.
(우리 부대의 경우 법무부 사무실에 부대 위병소 밖에 위치해 있었던 탓에, 야근 절대 없었고, 주말 야근 절대 없었고, 회식만 했다하면 엄청 비싸고 맛있는 음식 먹고 들어왔음. 그것도 엄청 자주)
6. 적기 귀찮거나 별 특색없는 부서들
1) 군수처
- 배차, 보급, 탄약계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편하지도 않고 빡세지도 않고 그럭저럭 할만함
- 보통 훈련시 인사처와 함께 전투근무지원실(CSSOC)을 구성함.
- 존내 편함. 법무부와 거의 동급이라 보면 됨.
- 감찰이란 곳이 원래 파워있는 곳이지만 파워는 간부들한테 있는 것이지 병사들한테는 쥐뿔도 없음.
- 각 부대에서 올라오는 소원수리 등을 읽을 수 있는 장점아닌 장점이 있음.
- 사단장, 참모장, 부사단장, 주임원사 등 높으신 분들의 근무병이라고 보면 됨.
- 업무량이 많다거나 몸이 힘든건 별로 없지만 높으신 분들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함.
- 한번의 실수가 용납이 안되는 곳.
- 커피나 차타는 스킬이 좋아야 함.
- 작전처랑 비슷. 훈련을 담당하는 곳. 빡센 편이지만 3대 기피직종에 비할 바는 아니다.
- 훈련시즌(동원훈련이나 4~5년에 한번 있는 화랑, 호국 훈련 등)이 되면 일시적으로 최고빡센곳으로 변모
- 여러가지 기능이 모여있는 곳.
- 사병계 : 한마디로 병인사를 담당한다. 인원이 존내 많은만큼 실수하기도 쉽지만 전체적으로 머리를 잘 써야 되는 보직. 좀 빡센편이다. 보통 2~3명이 같이 일한다.
- 상훈계 : 각종 표창장 만들고 행사 진행담당. 존나 캐망고임. 국군의 날이나 연말같은 표창장 많이 나가는 때에만 좀 바쁨.
- 일보계 : 쉽게 말해 부대의 인원 출결을 확인하는 보직. 규정이 의외로 까다롭고 인원이 워낙 많으므로 머리가 존나 좋아야 하며 꼼꼼해야 함. 보임계원이었던 나와는 아주 연관이 깊은 보직이었음.
- 수발계 : 부대내 우체부 겸 인쇄소 직원(?)이라 보면 된다. 부대내 업무와 관련된 문서/책자들을 수령/배부하거나 보내고, 의뢰받은 인쇄물 제작을 담당한다. 행정병 치고는 몸을 쓰는 비율이 높은 편. 오가는 문서의 양이 많고 비밀문서도 오가기 때문에 꼼꼼해야 한다.
- 기록계 : 문서 기록 / 이관 등을 담당한다. 빡센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할만한 편인것 같은데...
- 부사관계 : 존나 빡셈. 보임계원 정도의 레벨이랄까...존나 빡셈.
- 개빡셈. 3대 기피직종 바로 다음이라 보면 된다. 특히 밤샘 근무는 정말 GG
- 내가 있던 부대의 경우 정보처가 3명이어서 3일에 한번씩 밤새는 삼직이었음. 진짜 캐불쌍.
- 때문에 다른 전우들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존내 적음. 때문에 나도 그들의 생활에 대해 잘 모름 -_-;;
어떻게 힘든 보직만 피한다면 분명 행정병은 몸으로 뛰는 것보다는 분명 편하다. 대부분이 행정병은 머리굴리는 일이라 몸은 편하고, 일반 병사는 몸이 힘든 대신 골치썩을 일은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 몸이 존나 피곤하면 골치도 썩는다 -_-;; 게다가 더우면 에어컨 바람 쐬가면서 편하게 앉아 일해, 추우면 히터 틀어놓고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일할 수도 있다. 전우들이 땡볕을 그냥 맞아가며 제초작업하거나, 온몸을 적시며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에어컨이나 히터 틀어놓고 커피 마시면서 편하게 앉아 머리나 굴리고 있는게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는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_-;; (그래서 행정병은 평상시 부대내에서 처신을 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행정병의 가장 좋은 점은 제대 후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입대당시 워드 1급을 취득한 상태여서 문서 편집에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선임들 앞에서 나의 실력은 그저 X밥이었을 뿐이었다. 2년동안 600에 달하는 장교들에 대한 업무를 보면서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엑세스에 대한 나의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한글97의 경우 단축키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어 마우스를 전혀 쓰지 않고도 문서편집이 가능할 정도다. (행정병 출신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듯. 한글 97은 정말 가볍고 강력한 강추 프로그램이다!!) 보통의 경우는 제대후에는 솔직히 몸좀 건강해지는 것 외에는 남는게 없거나 있더라도 전공과는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컴퓨터 작업스킬은 어느직종이든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행정병이 안좋은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좋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2개의 생활에 동시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부대 내무생활과 사무실 업무를 동시에 숙달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의 병사와는 달리 초기적응이 좀 힘든 편이다. 내무실 생활, 부대훈련, 경계근무와 같은 것이 "소속부대"에서의 활동이라고 본다면, 사무실에서의 업무숙달, 사무실에서의 행동(손님접대, 청소 등)요령은 "사무실"에서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은 "소속부대" 활동에만 주력해야 하는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행정병은 2가지의 생활의 동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짬안되는 신병때에는 힘든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같은 군대이긴 해도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간부들은 병사들의 생태에 비해 생각보다 무지하기 때문에, 이 두가지를 조율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예로 한가지만 들자면 정신교육 집합과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군대에서는 매주 수요일 집중정신교육이라고 해서 "우리의 주적은 북한"따위의 정훈교육같은 것을 하는데, 행정병의 경우 업무량이 많거나 하면 간부가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락없이 무단불참할 경우 부대지휘관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는데 그러한 애로사항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간부가 생각보다 많다. 쉽게 말하자면 행정병(계원)은 부대 지휘관과 담당간부 사이에서 치이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이야기. 이도 본인이 처신을 잘 한다면 그나마 덜하겠지만 어디 그게 쉽겠는가. 짬밥 좀 먹으면 알아서 요령이 생길 것이다.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하지만, 병장달고 나면 그냥 정신교육 받는다고 내려가서는 두어시간 놀다 온다 -_-;;)
결국 결론은...군대에서는 아주 일부의 보직(특히나 기본권 상담병)을 제외하고는 편한 자리는 결코 없다. 60만 대군이 있다면 60만 모두가 자신이 제일 힘들거라고 생각할 거라는 말마따나, 어딜 가든 배울것은 많고 힘들어질 일은 널리고 널렸다. 어느 보직에 떨어지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서 2년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갈고 닦는다면 적어도 군대생활이 마냥 허망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한줄요약 : 그래도 행정병이 할만하다.
p.s 기회가 닿으면 좋은 행정병이 되기위한 노하우나 써볼까...어지간히 할짓이 없구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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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ㅎㅎ 전 인사행정이었는데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 많군요.
내무생활과 사무실 생활.. 안습..
작전은 제가 보기에도 참 불쌍해 보였고, 정보는 그나마 평소에 좀 널널해 보이던데..
경리는 업무가 복잡하지는 않으면서도 노가다 업무가 많아서 완전.. ㅡㅡ;;
한글 97.. 전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ㅎㅎ; 너무 손에 익은 나머지 상위버전에 적응을 못하겠어요;;
저도 아직 한글 97써요 ㅋㅋ
마우스가 필요없는 엄청난 단축키 활용 ㄷㄷ
행정병이 되려면 따로 지원해야하는건가요? 아니면 훈련소가서 편성이 되는건가요
극소수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주로 신병교육대에서 학과나 자격증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말년때 제 부사수 뽑으러 신교대 몇번 왔다갔다 했었죠.
컴퓨터 관련 자격증 좀 있으시면 3~4주차때 면접같은거 불려가실 겁니다.
"그래도 행정병이 할만하다."저는 이말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말단대대 말단중대에서 인사, 행정, 경리를 혼자서 수행한 저로서는..
참으로 악몽같은 시간이였습니다.. 그리고, 4년에 한번하는 인구주택총조사와 수시로 있었던 국회의원 보결선거.. 두달에 한번꼴로 있는 각종검열들.. 근무자가 수시로 바뀌는 근무자명령서.. 심심치않게 터지는 부대내 사건/사고.. 전입신병 정신교육.. 중대장/행보관 전령업무.. 매달있었던 크고작은 훈련.. 물론, 중대내에서는 절대권력자 였지요.. 왜냐면 병들의 휴가편성을 저 혼자서 했기에.. 후후후..
소위 말하는 중대 "서무"계원이셨군요...
편제에도 없고 인가상으로는 주로 "경비"에 속하는...
중대의 온갖 사무를 혼자서 본다는 그 엄청난 비운의 보직 -_-;;
하... 행정병... 위에 평원님이 잘 말해주셨군. 나도 중대행정병이었는데, 그 고생을 어찌 댓글로 표현하리 ...ㄱ-
"난군대에선행정병안할래"ㄱ-
너도 중대 행정병이었냐 -_-;
2월에 MBC에서 했던 청와대 다큐멘터를 봤는데,
군대랑 똑같던데 :) 주간예정사항표랑 간부들 자리에 스티커 붙이고, 부속실장 인터뷰보는데 완전 군대생각 =ㅁ=ㅋㅋㅋ
............이놈의 직업정신 ㅋㅋ
상세하게 잘 쓰셨네요.
저 역시 사단급 이상의 행정병은 할만하다는데 공감.. (부관부출신)
수요일 정신교육 진짜 공감.. 역시.. 다른사단도 다 마찬가지군요..
본부대와 사령부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ㅠㅠ
화요일,목요일 오후엔 전원전투요원화교육에.. 수요일 오전정신교육, 오후체력단련 하라는데..
사무실일은 하지 말라는건지 뭔지.. 다른데도 다 참석률 저조한데 참모부만 가지고 들들볶아.. ㅠㅠ
간부들 ㅆㅂㄹㅁ
태풍!!
나도 행정 할뻔했는데 이거보니까 ㅎㄷㄷ한데 그냥
ㅋㅋ 그래도 할만하던데 ㅋ
저두 군시절에 요런거 많이 해봤죠.ㅎㅎ 저두나이두 같고.ㅎ
티아님도 행정병이셨나봐요 ㅋㅋ
저도 사단 사령부 내에 있는 교훈처에서 근무하였는데.... 정말이지 한글97 최고의 프로그램인듯 합니다!!!
시즌에 따라 바빠진다는 교훈처... 공감가네여 혹한기때 개빡새게 가는거 말곤 저는 해당이 없었지만요
작전처부분에 있는 사진... 비문성 없음?? ㅋㅋㅋ 예전에 전역하기 얼마전에 보안감사에서 저런 사진 있는거
정보처가 보안감사 전에 한번 둘러본다고 왔다가 무쟈게 욕먹고 쇼부쳤는데 ㅋㅋㅋ
뭐 민간인들에게 저렇게 가까이서 보여주는데 비문성이야 없겠죠 ㅋㅋ.